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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관련 기사, 논평, 성명서 등

제목 [팩트 체크]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년…진실은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7-06-12 13:47:44

포토뉴스

축산물·과일수입 2배 한국 농업 ‘뿌리 흔들’

 

농가소득 늘고 농축산물 수출 증가?… 모두

 

‘착시현상’

 

쇠고기·체리·분유수입 폭증

 

정부·일부 언론, 수치 왜곡 농업계 주장 ‘괴담’ 몰기도

 

  ‘상호 윈-윈(Win-Win) 효과가 시현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주년(3월15일)을 하루 앞서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이다. 몇몇 언론은 이를 토대로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농업계가 주장했던 내용이 대부분 괴담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한·미 FTA 이후 축산농가 중심으로 농가소득이 오히려 향상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과연 그럴까. 한·미 FTA 5년의 진실을 파헤친다. 

 

① “농축산물 수입 늘지 않았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축산물 수입이 연평균 0.2% 증가에 그쳤다”며 농업 피해가 미미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집계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동향 자료를 첨부했다. 2016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71억8200만달러로 FTA 발효 전 5년(2007~2011년) 평균치인 62억9500만달러보다 14.1% 늘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하던 추세를 감안하면 FTA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입 현황을 들여다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2016년 미국산 과일·채소, 가공식품, 축산물 수입액은 FTA 발효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2배씩 늘었다(그래프 참조). 미국이 가장 욕심을 냈던 축산물을 보면, 쇠고기가 3.4배(3억100만달러→10억3500만달러), 치즈는 3배(5600만달러→1억6900만달러), 분유는 14배(90만달러→1260만달러) 증가했다. 과일 역시 오렌지·체리·레몬이 2~4배씩 늘었다. 특히 미국산 체리는 최근 3년 연속 1억달러 넘게 한국땅을 밟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체 수치에 큰 변동이 없는 이유는 곡물 때문이다. 북미대륙의 오랜 가뭄과 작황 부진으로 미국산 곡물 수입은 2013년부터 크게 줄었다. 곡물을 포함한 전체 농축산물의 증가 수치 ‘14.1%’도 결코 적지 않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8~2009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교역 규모는 정체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품 수입액이 2011년 5244억달러에서 2016년 4062억달러로 5년 새 22.5%(1182억달러)나 줄었다. 미국산 상품 수입 역시 같은 기간 446억달러에서 432억달러로 뒷걸음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두자릿수나 늘어난 것은 FTA의 영향이 크게 미쳤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미국산 농축산물은 물밀 듯이 들어왔고, 축산과 과수 부문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여러 수치가 말해준다”며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성과 발표는 오류를 넘은 의도적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② 농가 피해 없었다? 일부 보수언론은 “한·미 FTA 이후 농가소득이 대폭 늘었다”며 마치 FTA가 한국농업에 득이 된 양하며 보도했다. “미국산 과일이 많이 들어왔지만, 이 때문에 과수농가가 황폐화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농가소득이 늘어난 것은 맞다. 2015년 농가소득은 3722만원으로 발효 전 5년 평균치 3110만원보다 증가했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농사를 지어 얻는 농업소득은 144만원 느는 데 그쳤다. 대신 부업이나 공사장 일용직으로 버는 농업외소득이 280만원, 그리고 직불금 같은 이전소득이 250만원 증가했다. FTA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농민들이 부업전선에 내몰리는 것이다. “농가소득 중 축산농가 소득이 두드러진다”는 보도 역시 축산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육우 사육농가수는 2010년 17만2069가구에서 2016년 8만9879가구로 6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영세 농가들이 손을 떼면서 축산농가 소득이 늘어나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FTA 발효 직전 50%를 넘나들던 쇠고기 자급률이 2016년 37.7%로 급감한 점만 봐도 축산업계가 얼마나 힘겨운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과일 수입이 국내 과수농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발언 역시 문제점 투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FTA가 미국산 과일 수입가격을 평균 24.1%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산 과일 수입이 봄철에 쏠리면서 같은 시기에 출하하는 시설농가에 더 큰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FTA 발효 전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던 미국산 체리가 연간 1억달러 넘게 수입되는데, 과연 국내 과수산업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③ 농축산물 수출은 늘었다? 대다수 보수언론이 뽑은 한·미 FTA의 대표적 성과다. 대미 농축산물 수출이 증가한 것도 맞다. 수출액이 발효 전 5년 평균 3억9900만달러에서 2016년에는 7억1800만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우선 금액이 많지 않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우리가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 한품목(10억35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품목도 국내 농축산물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전체 수출액 중 라면·담배·과자 같은 가공식품 비중이 75.6%에 이른다. 국산 신선농산물 비중이 높은 과일·채소류 수출액은 8200만달러로 미국산 체리 수입액보다도 적다. 더구나 미국산 농축산물의 한·미 FTA 특혜관세 활용률이 71.3%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활용률은 48.7%에 머물렀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농축산물 절반이 FTA에서 약속한 관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④ 소비자 후생 커졌다? 소비자 후생은 한·미 FTA 추진과정은 물론 이후에도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미국산 농축산물에 붙었던 관세가 사라지면서 소비자 식탁이 풍성해졌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많다. 2015년 미국산 오렌지 1㎏의 수입단가는 1.58달러로 발효 전 5년 평균치 1.19달러보다 30% 넘게 뛰었다. 시장점유율 2·3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스페인산 수입단가 1.03달러에 견줘도 53%나 높다. 미국 수출업자들이 90%를 웃도는 시장점유율을 무기 삼아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쇠고기·돼지고기·포도에서도 이런 현상이 빚어진다. ”무역이득 산출이 어렵다”는 정부와 산업계의 이야기도 맞지 않다. 정부는 “2016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232억5000만달러 중 자동차 부문 흑자는 142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61.4%에 달했다”는 식으로 산업별 효과를 분석했다. 또 산업별로 FTA 특혜관세 활용률까지 내놓았다. 학계 관계자는 “FTA가 국내산 농산물 가격을 얼마만큼 떨어뜨렸다는 ‘수입기여도’까지 적용하는 마당에 FTA 수혜산업 이득을 추정하는 것은 크게 어려움이 없다”며 “한·미 FTA 5년의 구체적인 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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